겉더워진 날씨 때문인지 쇼팽 발라드 1번이 울리던 “쇼팽의 푸른노트”영화의 한 장면처럼 온 세상이 무언가 나른하고 루즈했다.창백하고 힘없이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쇼팽의 모습이 떠오른다. 쇼팽 발라드 1번이 봄의 심화와 과잉으로 느껴진다. 너무 건조하다. 이제 슬슬 봄이 지루해진다.
봄처럼 대책없는 내게 어울리는 계절은 뭘까.
지겨워질만하면 바뀌는 이 계절의 신속함이 다행이랄까. 편서풍이 아니라 시시때때로 바람의 방향이 다른 계절풍은 머리칼을 이리저리 눕힌다.
삶에서 생각을 빼면 뭐가 남겠나 싶은 나의 뜬구름잡는 포시라운 생활은 여전히 계속되고. 하루하루 지나치며 한계점을 맛 보면서도 계절풍스러운 변덕의 나의 모습을 어디에 뉘일까 싶다.
심플하게 살아가지만 머릿속 비우지 않고 보다 메타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외할머니네 옆집 사는 누렁황소님.
이래뵈도 아직 아기에요. 태어난지 3개월이 안됐어요.
생풀을 뜯어 줬더니 매일 먹는 사료와는 맛이 달라 그런지 계속 달라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어요.
소는 언제봐도 그 눈이 맑아요. 소는 언제봐도 마음이 좋아요. :)
“집 짓느라 고생했어. 가족이 많은가봐. 집이 제법 큰데?”
가을하늘아래 그(그녀)의 집은 친환경적 원목만을 고집하여(!) 포름알데히드나 화학물질 첨가 없이 얼마나 아름답게 지어졌는지. 한참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결혼식. 그리고 쉼.
부케의 화려함은 일상의 초라함을 더욱 부각시키기도 한다. 한순간의 화려함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준비하는지. 때로는 결혼식이라는 것 자체가 가지는 화려한 허무함이 못내 아쉬울때가 많다.